심심하다.

로저 젤라즈니 책은 닥치고 읽는게 남는것이라고 해서 요즘 읽고 있는데 재밌다. 인간을 간단히 개미취급 하는 커다란 상상력이 마음에 든다. 중단편을 모아놓은 책인데 짧아서 집중도 잘 되고 열린 결말이 많아서 더더더 좋다. 오랜만에 책을 읽는데 책을 너무 잘 골랐다. 운이 좋았다.

침대에 누워서 모니터를 쳐다보는 방법은 예~전에 알고 있었지만 모르는 척 금지하고 있었는데. 정말 그랬다.
너무 할게 없고 심심하고 그리고 귀찮아서 엄격한 룰을 깨고 누워버렸다. 이틀 동안 이불 감고 베개 안고 누워서 드라마랑 영화만 봤다. 장판까지 켜 놓으니까 오오 너무 좋아. 방 불을 끄니까 더 좋네? 한심하다는 엄마의 눈초리도 무시하고 이틀을 지내고 나니 아이고 몸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누워있었더니 자고 일어나도 기분이 몽롱하고 찌뿌둥하더라.
단 이틀만에! 누워서 생활하는 것은 '별로' 좋지 않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. 별로 좋지 않을 뿐이다. 하루정도는 좋다며...


엄마가 애지중지 가꾸시는 화초들. 베란다 밖에 있는 화분들이 전부가 아니고 집 곳곳에도 아마 저만큼의 화분이 더 있는 것 같다. 어릴 때 부터 보고 자라서 별로 예쁘다거나 이런 생각은 안 한다. 반면에 엄마는 작은 꽃 하나가 펴도 (내가 보기에는) 호들갑을 떨며 좋아하신다. 새끼손톱 반의반 만한 하얀 꽃이 여러개 피는 화초가 있는데 엄마는 얘 줄기 구석에서 단 하나의 꽃송이가 벌어지기도 전에 알아채신다.
엄마가 정말 신경쓰시는 것은 화분의 자리와 방향이다. 화분을 열심히 돌려서 고루고루 햇빛을 보게 해야 하고, 몇 일 집 안에서 봤던 화분은 또 몇 일 베란다에 내다놓고 키워야 하고, 아무튼 엄마만의 규칙이 있다. 우리집은 화초 팔자가 상팔자. 노래 불러주기 빼고는 다 해주는 것 같다.
집에 있는 화분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많이 나눠주시는데 나눔을 받은 분들 중 화초를 우리집에 있는 것들 마냥 때깔 곱게 키우신 분들은 아마도 0.1% 정도? 화초 다 죽여놓고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간다. "아휴 난 열심히 키웠는데 왜 번번이 죽는지 모르겠어." 하지만 우리집에 일주일만 살아보면 알 수 있다. 윤기 흐르는 잎들은 엄마의 정성의 결정체다. 집에 혼자인 시간이 많으신 엄마에게 화초들은 친구이자 자식이 아닐까. 21년째 보고 살아온 내가 느끼기에도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.




겨울이 좋아. 추운 것도 나쁘지 않아. 쓸쓸한 기분이 참 좋아.